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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살림꾼

에세이스트 히라마츠요코(平松洋子)가 말하는 '살 수 없는 맛' <1>

아래 내용은 여성중앙 2010년 12월호에 게재된 '리아코가 만난 일본의 살림꾼' 기사중 일부입니다...

히라마츠 요코(平松洋子)의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잊고 지냈던 맛을 떠올리게 되고, 음식을 즐기는 방법을, 또 무심코 지나쳤던 생활의 맛을 나도 모르게 곱씹게 된다. 요즘 그녀는 도쿄인들에게 현대를 사는 맛을 식문화를 통해 환기시키고 있는 인물이다. 2006년에 출간한‘살 수 없는 맛 (치쿠마쇼보 출판, 2006년 10월 분카무라 드 마고 문학상 수상)’에 이어 2010년에는 ‘장어라도 먹을까?’(치쿠마쇼보 출판)를 세상에 선보여 일상 속에 누리는 작은 호사, 잊고 지냈던 소중한 맛을 다시한번 음미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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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graphed by Tsuchiya Bungo


작년 여름 도쿄의 한 책방에서 매우 매력있는 제목의 책을 한 권 찾았다.‘살 수 없는 맛’이란 제목의 책이었는데 타이틀을 보는 순간, 이런 맛이 있을까? 만약 있다면 어떤 맛일까? 도대체 이런 제목의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일까? 라는 궁금증이 일어 이 책의 필자가 쓴 다른 책을 찾아보았다. 필자는 푸드저널리스트이자 에세이스트인 히라마츠 요코.‘살 수 없는 맛’이란 책 외에‘히라마츠 요코의 부엌’,‘부엌도구의 즐거움’,‘아시아의 맛있는 이야기’등의 책이 있었다. 그녀가 쓴 책들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나는 그녀가 아시아지역 식문화와 라이프스타일 전문가이며 한국의 식문화에도 관심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 경상남도 진주를 여행한 후 잡지에 기고한 글과 사진을 보고 나는 우리문화에 대한 그녀의 안목에 놀라게 되었다. 우리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오래된 물건이나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도구들에 그녀는 관심이 많았고 또 그녀가 그런 것들을 골라 사진을 찍어 놓은 것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히라마츠는 요리연구가는 아니지만 요즘 일본여성들에게 자신의 건강한 식문화와 자신이 즐기는 도시형 슬로 라이프를 직접 글과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어 도쿄에서 매우 인기가 있는 작가다. 나는 그녀를 꼭 한번 만나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녀가 살고 있는 동네인 니시오기쿠보(西荻窪)로 무작정 갔다. 그녀가 신주쿠에서 가까운 니시오기쿠보에 살고 있다는 것 외에 그녀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던 나는 운 좋게도 우연히 들어간 역앞 찻집주인인 와타나베 상의 도움으로 고마운 니시오기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고, 또 그들의 도움으로 히라마츠상이 잘 가는 서점에 나의 연락처를 남기게 되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날 무렵, 니시오기의 오래된 양과자집인 고케시아의 커피숍에서 드디어 히라마츠 요코를 만났다.

 그녀는 매우 차분하고 이지적인 인상이었다. 그녀를 처음 만난 자리는 가볍게 차를 한 잔 하고 나의 소개를 한 것이 다였다. 올해 1월초 도쿄에 한 달 간 머물면서 나는 그녀를 같은 장소에서 두 번째로 만났다. 그 때에도 우리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차를 한 잔 했고 가을이 지나야 조금 짬이 난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지난 10월초 나는 그녀를 그녀의 멋진 집에서 만날 수 있었다. 책에서 봤던 익숙한 느낌의 그녀의 집은 조금 변해 있었다. 방 하나의 벽을 없애고 거실을 넓게 하고 두 개의 큰 통 창을 통해 정원의 나무를 바라볼 수 있는 맨션의 일층이었다. 예전의 거실 느낌이 에스닉한 이미지였다면 현재는 전보다 더 모던한 분위기이다. 곳곳에 오래된 물건들이 놓여져 있는 것은 여전했다. 특히 집안 곳곳에 한국의 오래된 물건들이 보였다. 그녀는 힘이 느껴지는 물건들을 좋아한다고 했다. 앤티크숍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조선시대 중,후기의 도자기, 담배상자 등이 시선을 끌었다. 거실 한쪽에는 커다란 테이블 대신 조선시대의 소반과 일본의 소반을 나란히 놓고 사용하고 있었다.

부엌은 생각보다 심플했다. 그 흔한 전자기기 하나 보이지 않는다. 가스레인지 위에는 물을 끓이는 무쇠주전자가 놓여져 있고 싱크대 위에는 흰색의 도자기 그릇이 몇 개 올려 져 있을 뿐이다. 부엌을 들여다보고 ‘히라마츠 요코의 부엌’이란 책의 발문이 기억이 났다.

...‘전자레인지, 버린다...’이렇게 가족에게 선언을 하고 히라마츠는 전자제품을 하나씩 부엌에서 추방했다. 그후 그녀의 부엌에서 활약을 하는 것은 중국의 찜통이나 한국의 돌솥, 인도의 향신료상자,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화로, 타이의 돌절구 같은 것들이다(중략)...조금만 시간을 내어 가까이에 있는 물건들을 사랑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면 하루하루가 보다 여유롭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 그랬다. 그녀는 빵을 구울 때에도 세련된 디자인의 토스터기보다 철사를 꼼꼼히 이어 만든 석쇠를 가스레인지에 올려 굽는다고 했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계로 굽는 빵맛과 비교할 수는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