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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살림꾼

교토요리연구가, 오하라 치즈루(大原千鶴) 1

 

* 다음에 소개되는 글은 2013 3월호 헤렌(Heren)에 리아코가 쓴 ' 리아코가 만난 일본의 살림꾼, 오하라 치즈루의 '교토 밥상 ' 중의 일부입니다.

 

 

                                        photographed by Choi Hae Sung

 

 

 

오하라 치즈루의 교토 밥상

 

 교토를 대표하는 미슐랭 2스타 요리여관, 미야마소(美山)의 딸이자 세 아이의 엄마로, 고베 귀부인들이 4년간 기다려야 수강할 수 있는 인기 요리 클래스의 선생님,오하라 치즈루(大原千鶴)의 교토 밥상 이야기.

 

그녀는 교토를 대표하는 셰프인 나카히가시 요시쓰쿠(中東吉次)의 딸이다. 나가히가시 요시쓰쿠는 프랑스의 미셀 브라스가 칭찬을 아끼지 않은 요리 여관, 미야마소 3대 셰프다. 미야마소는 교토 시내에서 북쪽으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깊고 깊은 산속, 하나세(花背)에 있는 요리여관이다. 오하라 치즈루를 만나기 전, 난 먼저 그녀의 본가인 미야마소를 찾았다. 하루에 버스가 몇 대 다니지 않는 좁은 산길을 달리고 산모퉁이를 몇 개나 돌았는지 모른다. 쭉쭉 뻗어 오른 삼나무 숲 사이로 바람의 향기가 싱그러웠다.

 

현재 미야마소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장남인 나카히가시 히사토 씨가 4대째 명성을 잇고 있다. 미야마소는 깊은 산속에서 채취한 제철 나물이나 야채, 들풀 등으로 만드는 쓰미쿠사 요리(摘草料理)가 대표적인 메뉴로 봄에는 들에서 채취한 산채, 여름에는 은어, 가을에는 송이버섯, 겨울에는 멧돼지 등을 주재료로 한다. 본래 이곳은 다이히잔부조지(大悲山峰定寺)란 절을 방문한 참배자가 묵는 곳이었다고 한다.

 

요리는 정갈했고 재료 본연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요리의 여운을 좀 더 음미하고 싶었지만 버스시간에 쫓겨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바람에 나는 고급 식당을 찾은 손님의 매너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배웅하는 차 안에서 뒤돌아보니 깊은 산속까지 찾아준 손님을 진심으로 따뜻하게 배웅하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공간 오랫동안 머물고 싶어지는 곳이었다.

 

 

 

                                                                          photographed by Choi Hae Sung

 

 

식재료 맛 제대로 살린 요리가 교토 요리

 

13년 전 오하라 치즈루는 결혼을 하며 미야마소를 떠났다. 현재는 교토의 중심지에 살고 있고 세 아이의 엄마로 인기 있는 요리 선생님으로 바쁘게 살고 있다. 고베의 귀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요리 클래스는 1년간 진행되는데 워낙 인기가 있어 4년을 기다려야 할 정도란다. 요리 수업의 메뉴는 그야말로 교토식 가정 요리, 교토 밥상이다.

 

메뉴는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봄에는 지라시즈시(チラシ寿司、초밥 위에 달걀이나 생선, 양념한 야채 등을 올린다), 여름에는 여름 야채 요리, 가을에는 버섯 요리, 겨울에는 가부라무시(かぶら蒸し、도미와 같은 흰 살 생선 위에 순무를 갈아 달걀흰자 거품 낸 것을 섞어 얹어 쪄낸 요리)등으로 오하라 씨가 집에서 늘 만들어 먹는 것들이다. 그녀의 무절임 맛을 본 후 그 동안 수없이 맛봤던 쓰케모노(일본의 채소 절임)와는 전혀 다른, 살 수 없는 맛, 바로 그것이었다. 그녀의 요리가 얼마나 건강하고 맛이 있던지!

 

초등학생 때부터 언니와 함께 식사 준비를 하며 자연스레 집안일을 도와야 했던 요리여관의 차녀 치즈루는 셰프의 딸답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20인분의 음식을 거뜬히 차려내곤 했다. 야채로 만든 간단한 요리였지만 손님들의 칭찬에 그녀는 더욱 신이 나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집안일을 거들며 익힌 것 외에 어디에서도 배운 적이 없는 그녀의 요리야말로 교토의 정통 가정 요리다. 유일한 선생님은 미야마소의 셰프인 아버지. 엄격했지만 산 속의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의 생명조차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소박한 요리를 만들던 분이었는데 5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나 외국 관광객이 교토 요리를 교요리(京料理)라고들 하지만 정작 교토에 사는 사람들은 교요리란 말을 잘 쓰지 않아요. 교토 가정식을 의미하는 오반자이(おばんざい)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반자이는 일본에 TV가 보급된 이후에 생겨난 말이라고 알고 있어요. 제게 교토 요리는 화려한 가이세키(懐石) 요리의 이미지보다는 재료의 순수한 맛을 살리기 위해 되도록 가미를 하지 않은 편안한 맛의 요리, 그리고 비싸지 않은 요리를 뜻합니다."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