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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살림꾼

교토요리연구가, 오하라 치즈루(大原千鶴) 2

 

* 다음에 소개되는 글은 2013 3월호 헤렌(Heren)에 리아코가 쓴 ' 리아코가 만난 일본의 살림꾼, 오하라 치즈루의 '교토 밥상 ' 중의 일부입니다.

 

 

                                                                                photographed by Choi Hae Sung

 

 

 엄마의 요리가 아이의 몸을 만든다

 

 지금도 식사 때가 되면 밥 짓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는 오하라 씨는 진심으로 요리하기를 즐기는 사람이다. 아이들을 위해 아무것도 넣지 않고 만든 주먹밥에는 차르르 엄마의 사랑이 넘친다. 살짝 곁들인 매실장아찌 역시 무절임처럼 예사롭지 않다. 엄마의 사랑을 담은 밥상이 아이의 성격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믿기에 아이의 밥상에 가장 신경을 쓴다고. 열두 살, 열한 살의 두 아들과 일곱 살의 딸 세 아이 엄마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일을 늘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에게 아이들 밥상을 차릴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가짜와 진짜의 맛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요리를 합니다. 패스트푸드에 익숙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도 음식의 참 맛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아니면 정말 늦게 알게 되거나. 우리 집에서는 아이들이 채소를 소금만 찍어서 먹어요. 채소의 참 맛을 알 수 있는 방법이죠. 늘 준비하는 밥상은 밥과 국 그리고 세 가지 정도의 반찬입니다. 일본에는 예부터 전해져오는 소박한 밥상의 의미로 이치쥬산사이(一汁三菜、국 한 그릇에 반찬 세 가지)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우리 집 밥상이 그렇습니다.

 

제가 펴냈던 책 <교토의 밥 드세요(京都のごはんよろしゅうおあがり)> 에도 쓴 적이 있는데 장남 다카오가 네 살 때였어요. 다카오는 원래 맑은 장국을 좋아하는데 하루는 맑은 장국을 후후식혀가며 마시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 국물이 몸으로 스며드는 것 같아.’ 얼마나 고맙고 감사하던지. 아이를 위한 요리에 더욱 어깨가 무거워지는 걸 느꼈어요. 우리 집 아이들은 골고루 먹는 편이에요. 물론 둘째는 자루소바(냉모밀국수)를 좋아하고 막내는 여자아이라서 그런지 채소를 특히 더 좋아하지만요.”

 

 

         

                                  photographed by Choi Hae Sung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갓 지은 밥

 

교토에는 교야사이(京野菜)라고 해서 교토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맛있는 채소가 많이 있다. 분지인 교토의 기후는 여름엔 습하고 덥지만 겨울에는 추워서 채소 맛이 좋은 편이다. 오하라 씨는 집 근처에 있는 야오히로 야채가게와 시마모토 두부가게의 단골손님이다. 야채가게 주인은 늘 미인 요리선생님에게 최상의 재료를 권한다. 유부를 만들고 있던 두부가게 할아버지도 기름을 뺀 따끈따끈한 유부를 건네는 모습이 정겹다.

 

두부가게를 나오며 오하라 씨는 교토에는 골목골목 이렇게 맛있는 두부집이 많다고 했다. 보통 두부가게 뒷마당에는 우물이 있는데 술을 만드는 양조장에 우물이 있는 것과 같다. 우물에서 맛있는 지하수를 길어 올려 두부를 만들기 때문에 두부 맛도 좋다는 것. 두부로 그녀가 가장 즐겨 만드는 요리는 유부와 토마토를 넣어 만든 졸임 요리. 껍질 벗긴 토마토와 두툼하게 썬 유부를 염도가 낮은 간장을 넣고 약한 불에서 조리는 요리다. 토마토의 감칠맛과 유부의 담백한 맛이 잘 어우러지는 신선한 맛이다. 또 아이들을 위해 자주 만드는 메뉴는 다양한 채소와 함께 볶는 두부 요리인 이리도후(炒り豆腐). 야채와 두부를 골고루 먹일 수 있는 간단하고 쉬운 메뉴다.

 

 그녀는 요리를 할 때도 늘 기모노 차림이다. 교토 요리를 가르치는 사람이니 기모노 차림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단다. 기모노 소매를 걷어 올리기 위해 다스키라고 하는 끈을 등 뒤로 X자로 묶고 요리한다. 그렇다면 그녀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요리는 무엇일까? 저는 밥이 가장 맛있어요. 갓 지은 밥보다 더 맛있는 게 있을까요? 매 끼니마다 밥을 합니다. 스타우브 냄비를 주로 이용하죠. 생일에는 세키항이라고 팥을 넣은 찰밥을, 마쓰리(축제) 때는 어른을 위해서는 고등어초밥을, 아이들을 위해서는 지라시즈시를 만들죠. 계절에 따라 제철 재료를 이용하면 정말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어요. 봄에는 벚꽃새우밥, 여름에는 생강밥이나 옥수수밥, 가을에는 고등어스시, 겨울에는 잔멸치와 스구키(묵은 순무김치의 일종)를 넣어 지은 밥 등등.

 

오하라 씨는 가장 아끼는 물건이라며 차바코를 꺼내 보여주었다. 지인에게 받은 것인데 작은 바구니에 개인 차도구가 고루 담겨 있었다. 재일 한국인인 남편 덕분에 한국 음식 만드는 솜씨도 수준급인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요리는 잡채. 손이 많이 가는 요리로 어머니의 정성을 담뿍 느낄 수 있는 요리이기 때문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