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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코의 교토 산보

브런치로 맛보는 교토 요리

 
누구나 교토는 가을이 아름답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겨울의 교토를 좋아한다. 먼저 사람이 적어서 좋고 우리나라의 겨울만큼 바람이 차가워서 좋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니까. 교토에서 가본 레스토랑 중에서 유독 효테이를 잊을 수가 없다. 효테이는 뉴욕타임즈가 추천한 교토의 카이세키 요리집이다. 본관은 4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최근 미슐랭가이드북 오사카.교토편에 별 세개를 받은 레스토랑이다. 재미있는 것은 교토의 소문난 요리집에서는 이번 미슐랭의 평가를 기분나빠했다는 것이다. 특히 기온에 있는 료테이(料亭) 들은 요리값도 만만치 않지만 오래된 단골들의 소개로만 간다니...그 자존심 미루어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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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테이 본관에서는 카이세키 요리만 먹을 수 있고 브런치나 도시락 세트는 효테이 별관에서 먹을 수 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난젠지에 내렸지만 효테이를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심지어 예약시간에 늦을까봐 뛰어가야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조금 일찍 움직여 15분에서 20분 정도 여유있게 아침 산책을 한 후 효테이를 찾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브런치로 우리는 아사카유(朝かゆ、아침죽)를 주문했다. 

효(瓢 표주박)테이란 이름을 상징하는 표주박 모양의 도자기 그릇(3개로 분리)에 야채요리가 나오고 그 유명한 반숙계란이 나왔다. '효테이타마고' 란 단어가 있을 정도로 효테이 계란 요리는 색깔부터 차이가 나고 맛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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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온 음식을 먹고 나니 드디어 죽이 나왔다. 사진의 양이 1인분이다. 향긋한 미즈바(미소시루 등에 자주 사용하는 채소)가 올려진 죽이 나왔다. 부드러운 죽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자 이내 행복해졌다. 곁들여 나온 츠케모노의 맛도 다른 집의 츠케모노의 맛과 확실히 차이가 있다. 간도 적당하고 익힌 정도도 내 입에는 딱 맞았다.

둘러보니 앞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도 연신 감탄을 한다. 가끔씩 정원을 바라보며 먹었던 조용한 아침식사. 예약 시간에 늦을까봐 걸음을 재촉하며 맘을 졸이며 찾아왔던 것도 다 잊어버리고 나는 '오길 잘했어'를 몇번이고 되뇌었다. 매일 아침 이렇게 먹으면 오래 살 것 같은데 ... 라고 혼잣말을 하자 옆에 있던 마유미가 소리없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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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hyotei.co.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