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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코의 교토 산보

교토스페라 아트디렉터, 마시로 시게오 <2>


현재 일본의 디자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아트디렉터, 마시로 시게오는 놀랍게도 재일교포 3세다. 한국 이름은 이향동(李香東). 1970년 교토에서 태어났다. 스페라의 대표로
2003년 교토에 아트, 인테리어, 디자인, 음식이라는 다양한 테마를 독자적 미의식으로 표현한 공간, 스페라 빌딩을 오픈했다. 스페라 빌딩은 스웨덴 건축가 그룹, 크라슨 코이비스트 루네(CKR)에 의뢰하여 마시로씨가 함께 지었다. CKR은 뫼틴 크라슨(Marten Claesson), 에로 코이비스트(Eero Koivisto), 올라 루네 (Ola Rune)라는 세 명의 건축가가 1995년 설립한 건축사무소로 스톡홀름에 있는 소니뮤직 본사와 베를린에 있는 스웨덴 대사공저 등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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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이 특별해지는 스페라리즘

스페라 숍에 있는 아이템 하나하나는 일상생활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드는 물건들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 그대로의 소재감과 색을 살려 디자인한 컬렉션에서는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조화시킨 테이블 웨어, 홈 액세서리의 제품이 고급스럽다. 마시로 씨의 디렉션에 의해 전통적인 수작업 기법으로 만들어진 이 오리지널 아이템들은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도쿄에서 한 눈에 반했던 스페라의 물건들 역시 품격이 다르다. 그 이유는 기존의 전통 기술에 현대적이고 참신한 디자인이 녹아들어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밤 밀라노에서 막 돌아왔다는 마시로 씨는 숍으로 들어서자마자 물건들의 위치를 바꾸기 시작했다. 몇 번 그의 손이 오갔는데 위치를 바꾼 것만으로 똑같은 물건들이 달라보였다. 스페라에 있는 물건들의 디자인은 마시로 시게오 씨가 디자인하거나 프로듀스한 작업의 결과물들이다. 일본에서는 아직까지 디자인이나 아웃라인을 만드는 사람만을 디자이너라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서 그는 디자이너라고 하지 않는다. 그는 교토의 오래된 솜씨를 자랑하는 장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과 그 영감을 나누며 작업을 완성한다. 장인들과의 작업뿐만 아니라 이와사키 이치로 같은 일본의 상품디자이너, 그리고 해외 디자이너들과도 함께 작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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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코(이하 L) _ 스페라리즘이란 무엇인가 ?

마시로(이하 M) _ 스페라가 추구하는 정신은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산뜻하고 선명한 대화에 비유할 수 있다. 자연 세계의 질감과 소재를 아름다운 형태로 표현한다. 일본의 특히 교토의 풍경은 스페라의 세련된 제품을 디자인하는 영감이 되곤 한다. 스페라는 전통 예술과 모던 디자인을 하나로 연결하여 과거의 정신이 느껴지는 현대의 공예품을 창조하고 있다. 스페라리즘이란 다시 말하면, 물건의 배경이 되는 본질이나 문화를 마주하여 전하는 것이다.

L _ 스페라는 상품을 프로듀스 하는 일 외에 어떤 일을 하는가 ?

M _ 스페라는 크리에이트브한 작업과 비지니스를 양립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다. 스페라의 컨설팅팀은 클라이언트인 기업과 그 상품의 문화적 가치에 주목하여 상품 개발의 새로운 플랫폼 제안을 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장개척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스케일로 새로운 발상을 전개하고 소규모로 작업하는 장인의 작품을 글로벌화 시켜 상업과 문화를 하나로 연결하는 일을 한다. 우리의 비지니스 프로젝트는 일본 시장에서의 유럽제품 소개, 유럽 시장에서의 일본 제품 소개에 있어서 브랜드 매니지먼트에서 전략 수립, 상품 유통까지의 일관된 서포트를 하고 있다.

L _ 물건을 프로듀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M _ 그것은 기분이 좋아지는 물건을 만드는 것이다. 나름의 미의식을 가지고 물건을 사용할 때 여유있는 마음으로 즐기는 것, 그 가치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스페라의 상품들은 다소 얌전을 빼는 듯해 보이지만 일상생활의 공간에 놓여지면 자연스럽게 융화되거나, 사용하면 할수록 점점 고급스럽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L _ 장인들이나 다른 디자이너들과는 어떻게 작업하는가 ?

M _ 균형이 맞고, 질감이 좋고, 느낌이 좋은, 세밀한 감각을 강조한 뒤 이 단어의 의미가 장인들이나 작가들에게 잘 전달되어 공유되었을 때 내가 원했던 느낌의 제품들이 완성된다. 이를 위해 나는 먼저 상대의 탁월한 기술을 존중하고 내가 생각하는 미의식에 대해 이해시킨다. 몇 번이고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미의식 공유가 가능하게 되면 좋은 물건이 완성된다. 일본공예를 이끌어 온 장인들과 진지하게 마주하여 서로가 오감으로 안정을 느끼게 되는 접점을 찾아가는 작업은 정말 흥미롭다. 그들과의 작업은 단순히 “도구”가 아닌 “실용의 미”를 추구한다는 관점에서 물건을 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