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가정주부, 하루미가 일본을 대표하는 살림꾼이 된 것은 냉장고에 남아있는 재료로 쉽게 만드는 소박한 요리 레시피 때문이었다. 거창하게 재료 준비를 하지 않고도 있는 재료만으로 맛깔스런 반찬에서부터 일품요리까지 만들어내는 그녀만의 레시피는 일본의 모든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다. 그녀의 레시피를 따라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신혼 주부, 직장 여성은 물론 기혼 여성들까지 일본 전국의 여성들은 그녀의 팬이 되었다. 그녀가 만든 책을 보며, 그녀처럼 앞치마를 입고, 그녀처럼 테이블 코디를 하고, 그녀가 사용하는 똑같은 그릇으로 그녀들은 식탁을 차렸다. 하루미식 가정식의 특징에 대해 물었다.
“음...갖고 있는 양념의 재료를 쉽게 이용하는 것과 냉동고나 냉장고에 남은 것을 잘 이용해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할까요? 즉 하루미 스타일이죠.”
앞치마를 두르고 본격적으로 요리를 준비하는 하루미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하루미가 즐겨 만든다는 시금치나 블로컬리 고마아에 (볶아서 빻은 참깨에 설탕·간장 등으로 맛을 낸 것으로, 야채 등을 무친 음식)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먼저 하루미는 일본의 오래된 방식으로 깨를 불에서 볶았다. 흔히 프라이팬에서 깨를 볶는 것과 달리 손잡이가 달린 깨 볶는 도구를 사용했다. 들어보니 그녀가 이 도구를 사용하는 데는 깊은 뜻이 있었다.
“ 요즘에는 이런 것을 사용하지 않아서 이것을 만드는 장인들이 살기가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너무 좋은 도구인데 말이예요. 나는 일부러 이 도구를 사용해요.무엇이든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든 것은 맛이 다르거든요.”
볶은 깨를 절구에 털어 담고 나무 방망이를 돌린다. 방망이 돌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별로 힘들이지 않고 순식간에 볶은 깨가 페이스트가 되었다. 이 페이스트에 간장으로 간을 하고 삶은 브로컬리를 담아 버무리면 브로컬리고마아에(깨무침)가 완성된다.
사각으로 썬 무 피클은 그녀의 손이 닿자 꽃처럼 변했다. 보통은 순무를 이용해 만드는데 순무는 너무 커서 하루미는 한입 크기로 잘라 칼집을 내고 꽃처럼 펴준 후 빨간 고추로 장식을 했다.
우리 일행에게 하루미는 그녀가 디자인한 앞치마를 하나씩 선물했다. 지금까지 그녀가 만든 앞치마 디자인은 600 여 가지에 이른다고. 전국의 꽤 많은 백화점에서 만나는 그녀의 브랜드, 쿠리하라 하루미숍은 2009년 9월 ‘share with Kurihara harumi’로이름을바꾸었다. 숍의 이름을 개칭한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어 보았다.
“ share with Kurihara harumi’라는 브랜드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즐거운 생활을 창조하는 브랜드를 목표로 합니다.‘share with’라는 이름에는 모두와 여러 가지를 공유하고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져 있어요. 지금까지 나는 계속 앞만 보고 달려 온 것 같아요. 이제는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조금씩 하고 싶어요. 옛부터 전해져 오는 수작업의 일들을 비롯해 일본의 문화를 아이들에게 전하는 일을 하고 싶구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는 자원봉사도 계속 하고 싶어요.
방송과 계간지『haru_mi』(扶桑社) 등을 만들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구리하라 하루미, 일본여성이라면 누구나 탄성을 지르는 그녀는 직접 만나보니 옆집 아줌마처럼 편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http://www.yutori.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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