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히라마츠 요코는‘살 수 없는 맛’에 이어 ‘장어라도 먹을까?’란 제목의 새 에세이를 선보였다. 이 역시 제목이 심상치 않다. 일본인에게 장어는 매우 고급스런 음식이다. 그런데 장어라도 먹을까? 라니... 이 책에서 그녀는 ‘놀라운 맛’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맛, 혹은 당연하게 여겼으나 문득 아! 하고 깨닫게 되는 소중한 맛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리아코 _ 당신이 생각하는 ‘살 수 없는 맛’이란 어떤 맛인가요?
히라마츠 _살 수 없는 맛은 어떻게 보면 평범해요. 일상생활 속에서 느끼는 맛이죠. 생각해보면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많이 있어요. 반대로 많은 값을 치룬 것이라도 가치를 모르면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죠. 살 수 없는 맛이란 피할 수 없는 맛이고, 질리지 않고 언제나 먹고 싶어지는 맛입니다. 사실 부엌에는 수없이 많은 맛이 존재하지만‘맛있다’라고 한마디로 끝내기에는 아쉬운 맛이 많이 있어요. 무엇보다도 맛이라는 것은 별 것 아닌 음식에도 수없이 숨어있기 때문이죠. 너무 바쁘게 사는 우리는 이런 맛들을 놓치고 사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우리들에게 살 수 없는 맛은‘천천히 사는 일상의 재미이고 지루한 일상을 환기시켜주는 맛이라고 할 수 있겠죠’
리아코_ 살 수 없는 맛에 나오는 한 구절 중에 손가락을 맛을 보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잘 익은 복숭아의 맛을 한입 베어물기 전에 손끝이 먼저 알아본다는 이야기는 정말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하지만 그렇게 세세하게 맛을 느끼고 사는 사람은 요즘 정말 흔치 않다고 봅니다.
히라마츠 _네 그럴 수 있죠. 세상에는 맛을 느끼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어요. 맛을 느끼는 것은 반드시 혀끝만이 아니죠. 잘 익은 복숭아를 가장 맛있게 먹으려면 껍질은 칼로 벗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꿀이 듬뿍한 부드러운 과일은 얇은 대나무 칼이나 손가락이 최고죠.
히라마츠 요코는 에세이‘살 수 없는 맛’에서 그녀만의 복숭아 먹는 법을 다음과 같이 멋지게 묘사하고 있다.
... 잔털이 일어선 껍질을 조심스럽게 잡아, 힘을 주지 않고 살짝 손가락으로 집는다. 확신을 잃지 않고 잡아당겨서 벗긴다. 착- 하고 그대로 손끝과 얇은 껍질이 확실하게 이어지고, 매끈하게 벗겨진 그 경계선에서 꿀이 흘러넘친다. 그렇게 손가락으로 벗겨낸 과일이 입술을 통해 전하는 맛이란 ...그리고 나도 모르게 힘을 준 부분은 엷은 갈색으로 탁해지고, 물들어 번진 손가락 자국이 더더욱 생생하게 남는다. 손끝은 몸의 아주 작은 일부이다. 그 좁고도 작은 끝 부분에, 온 신경을 집중시킨다. 그러면, 바늘 끝 정도의 날카로운 점에조차 격렬하게 반응을 하게 된다. (중략)...꾸욱 눌러본다. 안쪽에서 파도가 되돌아오는 것처럼 되밀어 온다. 그 딱딱함, 부드러움. 손끝에 신경을 집중하여 어두움 속에서 필사적으로 언제 먹으면 좋을지를 재 본다. 조금 더. 아주 조금만 더 참아 보자. 아니면 아, 딱 지금이다. 결코 놓쳐서는 안된다. 나뭇가지에서 과실이 똑 떨어져, 드디어 그 때가 왔다- 베어물기 전, 누구보다 먼저 손끝이 듬뿍 그 맛을 즐기고 있다. ...(‘살 수 없는 맛’손가락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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