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특별한 리더십
호시노 요시하루(星野佳啓). 그는 요즘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인 중 한 사람이다. 1991년 가업인 호시노온천(나가노현 가루이자와, 106년의 역사 깊은 온천)의 네 번째 대표가 되었고 그 후 리조트와 료관, 스키장 등을 인수, 재건하며 현재의 호시노 리조트를 이끌고 있다. 최근 일본 서점가에는 ‘호시노 리조트의 사건 문서’ 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되어 화제인데 이 책에서 호시노 사장은 손님의 클레임을 ‘사건’이라고 했고 그 사건 자체가 성공스토리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관광문화를 세계 일류로 만들기 위해 도전하며 특별한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는 그를 도쿄 핫초보리에 있는 호시노 리조트 사무실에서 만났다.
글 _ 리아코 (liakomono.tistory.com) 사진 _ 고지마 유키오 (gitanes)
일본에서 젊은 친구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 직급이 없는 평등한 조직과 문화가 있는 회사, 직원들이 신이 나서 일하는 회사, 책상이 정해져 있지 않은 회사, 사장실이 없는 회사, 신입사원이라도 입사 3년이 지나면 팀의 리더가 될 수 있는 회사, 직원들이 리더를 뽑는 회사, 직원들이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회사, 직원들이 사장의 스케줄을 전부 알고 있는 회사, 실수를 숨기지 않고 오픈해 전 직원이 공유하는 회사, 직원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회사, 직원을 기다려주는 회사, 피카소가 있는 회사....
이상은 호시노 리조트를 설명하는 말이다. 우리의 기업 문화와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아니 일본 내에서도 독특하기만 한 기업 문화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도 호시노 사장을 만나려는 매스컴이 늘 줄을 잇는다. 그를 만나러간 토요일에도 다른 인터뷰가 막 끝난 뒤였다.
직원들이 리더를 뽑는 회사
요시하루 사장은 1991년 아버지로부터 경영을 이어받아 개혁을 진행시켰다. 91년부터 95년까지 직접 인사도 담당했다. 그 때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자꾸만 직원들이 조직을 떠난다는 것이었다. 그는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직원은 피곤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모든 일을 톱다운으로 결정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는 조직을 플랫하게 하고 사장과 함께 일하는 구조로 만들었다. 사원의 판단으로 움직이게 하고 일을 맡겨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후로 직원들은 리조트에서 사장보다 손님을 우선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리더를 뽑을 때에도 위에서 임명하는 게 아니라 유니트 디렉터 (일종의 팀장)라고 하여 직원들이 뽑는다. 유니트 디렉터는 입사한 지 3년이 지나면 누구라도 입후보할 수 있다. 임기는 1년이고 신입사원이라도 유니트 디렉터가 되면 연봉이 달라진다.
L (리아코 이하 L)_ 경력이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리더일 경우, 업무능력의 차이가 있지 않은가?
H (호시노 요시하루 이하 H)_ 경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본인은 디렉터가 되고 싶지만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도 아래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팀워크의 시작이다. 우리 조직의 목표는 팀이다. 팀을 이루어 일 할 때에는 직위, 근속연수, 연령, 성별이 중요하지 않다. 처음부터 완벽한 매니저는 없다. 동료들이 부족한 점을 이해하고 커버해주려는 의식이 중요하다. 그들이 뽑았기 때문에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움직인다. 그래서 이 제도는 경력이 짧은 신입사원이라도 가능한 것이다.
L _ 평등한 조직이지만 내부적으로 효과적인 기능의 분류가 있다고 들었다. 어떤 것이 있나?
H _ 우리는 플랫한 조직이어서 직함이 없지만 유니트 디렉터, 스카이, 피카소 등의 효과나 역할을 구분하는 명칭이 있다. 스카이는 사내 전문 컨설턴트 집단을 의미하며 Specialty Unit to Consult and Assist and Implement의 머리글자로 만든 조합어다. 스카이는 여러 개의 지역을 횡단적으로 커버하는 스텝이다. 시장 조사. 온천 평가. 법무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현재 호시노 리조트에 스카이는 4명이 근무하고 있다.
L _ 그럼 피카소는 뭔가?
H _ 피카소는 효과 제도의 한 가지라고 할 수 있다. 피카소 같은 사람이 회사에 있다면 어느 정도 연봉을 주어야 할까? 라는 발상에서 시작되었다.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회사에 와서 함께 일을 하게 되면 회사 내 경쟁률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사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주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알기 쉽게 피카소라고 이름 붙였다.
L _ 유니트 디렉터 임기가 끝나면 어떻게 되나?
H _ 유니트 디렉터가 된다는 것은 소위 말하는 출세가 아니다. 설사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해도 그것은 교대의 의미이지 추락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를 몇 번이고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니트 디렉터가 되기도 하고 다시 제자리로 가기도 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이것은 직원들이 실력을 기르는 새로운 방법이기도 하다. 유니트 디렉터였던 사람이 본래 자리로 돌아와 떨어져서 보면 디렉터로서의 자신이 무엇이 부족했는지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다시 유니트 디렉터가 되었을 때는 실무에 반영하고 행동이 달라진다. 커리어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올라가기만 한 사람이 한번 떨어지면 다시 올라가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러나 반복은 스스로를 강하게 한다. 자유롭게 ‘교대’라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기회를 골고루 나누어 갖는다는 점이 직원들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되기도 한다. 또 회사는 실력을 키우게 된다.
사람을 움직이는 회사
처음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 있는 호시노리조트를 방문하고 직원들이 즐기면서 일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어떤 포지션에 있건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것 같았다. 그것은 가루이자와 역에 손님을 마중 나온 리무진 기사의 서비스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L _ 직원들이 스스로 일을 찾아 움직이는 비결은 뭔가?
H _ 좋은 인재를 도쿄가 아닌 지역의 리조트에 오게 해서 살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직원이 오래 근무하게 하는 것 이상의 투자는 없다고 본다. 그들이 오래 있게 하려면 하루하루가 즐거워야 한다. 즐거우려면 자유가 있어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스스로 판단을 하고, 자유를 느끼며 일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그런 가운데 실패가 있고 성공이 있다. 그리고 조직도 개인도 성장한다.
L _ 직원들에게 자유를 주고 당신이 얻은 것은 ?
H _ 자유를 주면 거꾸로 인간은 책임을 갖게 된다. 책임을 느끼게 되면 그렇게 큰 실패를 하지 않게 된다. 실패는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을 모두가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전부가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사람은 누구나 미스한 것을 숨기려는 본능이 있다. 그러나 그것을 오픈하게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절대 화를 내지 않는다. 내가 화를 내면 정확한 정보를 들을 수 없고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채널도 단절되기 때문이다.
실수를 숨기지 않는 회사
호시노 사장은 직원에게 세세한 지시를 하지 않는다. 직원이 스스로 움직이기를 기다린다.그는 어느 지역에서건 직원들이 스스로 생각해 자유롭게 논의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여가는 체제로의 전환을 유도했다. 그가 직원들에게 반복해 강조한 것은 오로지‘고객의 만족도를 높이자’는 것이었다.
L _ 호시노 리조트의 사건 (크레임)에 대처하는 방법은?
H _ 사건이 생겼을 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돈을 돌려주거나 서비스를 다시 제공하는 방법이 있다. 나는 직원들에게 약속한 서비스를 다시 제공하기를 권한다. 한번은 촌민식당에서 손님의 클레임이 있었고 손님에게 몇 번이고 다시 오기를 청했지만 거절하자 손님의 집으로 가서 직접 요리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서비스 업종에서 손님과의 약속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L _ 당신은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사장이라고 들었다. 어느 정도인가?
H _ 아직까진 나도 완벽하진 않다. 금년부터는 홋카이도에서부터 오키나와까지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한 달에 한 번은 전 직원을 모아 의견을 나누는 회의를 하고 있다. 예전에는 가루이자와 호시노 리조트가 이런 문화가 가장 강했다. 돗토리, 시마네 같은 곳은 그렇지 못했는데 이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 날 하루는 영업을 하지 않고 모두가 참가해 회의를 하고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L _ 사장의 스케줄까지 전 직원에게 오픈되어 있다고 하던데?
H _ 사장의 스케줄을 알고 움직여서 우리 조직은 빠르게 일을 처리한다. 이것은 평등한 조직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모두가 함께 토론하며 만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이라 같은 정보를 공유하고 의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장도 마찬가지다.
직원에게 기회를 주는 회사
그동안 호시노 리조트에서는 직원들의 움직임으로 이룬 것이 많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홋카이도 알파 리조트 토마무의 '구름카페'다. 호시노 사장은 겨울 스키가 매력적인 토마무를 여름에도 인기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직원에게 물었고 직원은 곤도라를 타는 산 정상에서 구름바다가 보이는 카페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 제안을 들은 호시노 사장은 그 곳을‘구름바다 테라스’라 이름 붙이고 구체적인 서비스 계획 등을 직원에게 맡겼다. 현재 토마무는 구름카페 덕분에 여름에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음은 아르츠 반다이 리조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신입사원이었던 한 여성이 하루는 “이 호텔의 서비스 방식은 이상하다” 라고 느껴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낸다. 이에 호시노 사장은 메일을 읽고 이렇게 응원했다고 한다.“지지 말아라, 힘내라, 신인!” 그리고 끝까지 직원들끼리 논의하게 하고 호시노 사장은 자신의 생각을 표명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문제를 스스로 찾고 해결하는 문화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L _ 호시노 리조트는 직원에게 맞춘 제도 몇 가지가 있다고 하던데 무엇인가?
H _ 직원들을 위한 제도 몇 가지가 있다. 재충전을 위해 1년간 회사를 쉬는 제도, 에듀케이션 리브(education leave)라고 한다. 결혼한 사람이 집에서 계속 일하는 재택 근무 제도가 있고, 계절에 따라 원하는 근무지를 바꿀 수 있는 제도, 토요일과 일요일, 휴일에만 일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에듀케이션 리브는 인사팀에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물론 1년 정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직원들의 요구에 안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그 직원은 언젠가 떠나게 된다. 이런 제도는 직원을 위한 제도이기도 하지만 회사의 좋은 인사를 위한 방법으로도 꼭 필요하다.
L _ 전사원 연수를 직접 하고 있다고 들었다. 2010년은 무엇을 강조했나?
H _ 20 여개 이상의 리조트와 료관을 돌며 전사원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는 어느 정도 실력을 갖고 있는가? 과거의 목표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인가? 어떤 부분에 힘을 두어 진화할 것인가? 등등을 강조한다. 매출이나 이익의 목표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회사의 실력이다. 올해는 실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기이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 호시노 요시하루
‘흔들리지 않는다’요즘 일본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호시노 사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가 바로‘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그는 본인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적은 없다고 하지만 직원의 능력이 성장하기를 기다리고, 재생한 여관이나 리조트가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기다릴 줄 아는 사장이다. 흑자가 나지 않았지만 스스로 움직여준 직원들의 사기를 위해 보너스를 지급하기도 한다. 그는 최소한 3년은 기다린다. 리조트가 재생하기까지 직원들이 그의 뜻에 교감하고, 변하고, 조직이 움직이고, 여행사가 반응을 느끼고, 매출로 이어지기까지의 시간으로...
L _ 앞으로의 호시노 리조트의 계획은?
H _ 2009년 12월 호시노야 교토를 오픈했다. 2012년 쯤 호시노야 오키나와를 오픈할 예정이다. 그리고 다음은 후지산으로 간다. 아직까지 숫자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가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다만 이 일이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호시노 사장은 요즘 긴자 근처의 집에서 회사까지 자전거로 출근한다. 등에는 백 팩을 매고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회사에 간다. 회사에 가면 휴가인 직원의 자리가 그의 자리다. 직원들과의 아침 회의가 있는 날에는 모두의 아침식사로 햄버거를 사오고 직접 커피를 내려주는 자상한 CEO다. 어디를 가든 자신이 체험한 내용을 블로그에 올려 전직원과 공유한다. 직원의 행복을 살피고 직원의 성장을 회사의 실력으로 생각하는 CEO. 무엇보다도 흔들리지 않고 직원을 믿는 신뢰의 힘이야말로 가장 매력있는 호시노 사장만의 리더십이 아닐까?
PROFILE
호시노 요시하루 사장은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 출신이다. 1960년생으로 게이오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고, 미국 코넬대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호시노 리조트를 리뉴얼하기 위해 호시노 성을 가진 오래된 직원을 전부 그만두게 하는 조건으로 사장에 취임한 일화로 유명하다. 2001년 리조나레를 시작으로 일본 여러 지역의 리조트를 재생해 현재20여개 이상의 리조트를 이끌고 있는 리조트의 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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