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은 호텔이라기보다는 디자인 갤러리다.1층에 있는 아담한 프론트와 레스토랑 키호크에서부터 9층의 옥상까지 디자인적 요소가 넘친다. 내가 호텔 크라스카<CLASKA>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유가오카와 롯폰기 힐즈 미드 타운에 있는 인테리어숍 이데(Idee)에서였다. 크라스카에서 만든 <Food for thought 14 postcard>제목의 포토엽서와 도쿄인이 도쿄를 소개하는 <Tokyo by Tokyo>를 구입하고 난 후였다. 14장의 엽서는 스타일리스트 미요코 오카오상이 스타일링 했고 대나무 껍질로 만든 여러가지 모양의 바구니가 테마다. <Tokyo by Tokyo>는 다양한 직업의 도쿄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곳을 소개하고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포켓북 사이즈 책이다.
크라스카에서 만든 도쿄가이드북 갤러리 & 숍 <DO>에서 만든 사진 엽서
교토 출신의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DIY방. 스탠드 아래에 놓여진 바구니 쓰레기통,
텔레비젼 위에 장식된 마른 나뭇가지, 스웨이드소재의 앤티크의자 , 그리고 벽쪽으로
마른 꽃 액자가 마치 작은 갤러리를 연상케 하는 작은 방이다.
호텔에서 책을 만든다? 이제껏 들어본 적 없다. 그래서인지 크라스카에 가기 전부터 몹시 궁금했다. 게다가 일본인 중에 건축이나 디자인을 조금 아는 친구들은 크라스카를 모르는 사람들이 없었다. 드디어 지난 9월. 5일 동안 난 크라스카에 묵었고 천천히 크라스카를 움직이는 사람들과 만났다. 크라스카 3층의 갤러리& 숍<DO>는 이데에서 15년 동안 근무했고 도쿄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명성이 자자한 오쿠마 타케오(大熊武郎)씨가 중심이 되어 모든 기획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는 카사 브루투스 같은 몇 개의 인테리어 잡지에 칼럼도 쓰고 있고, 북 프로듀스에도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크라스카는 오쿠마 씨를 비롯해 식음료, 프로모션& 영업, PR 등 4명의 매니저가 각각 책임제로 움직인다.
그에게 물었다. 크라스카는 무슨 의미인가요? 일본말로 도우 구라스카? (どうぐらすか?)에서 따온 말입니다. 즉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제안을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름부터 발상이 재미있다. 크라스카는 잠만 자는 호텔이 아니다.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도쿄에서 무엇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그리고 도쿄에 사는 사람처럼 여행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꼭 가보기를 권한다.
전철 야마노테센 메구로 역에서는 버스를 10분 정도 타야 하고 시부야에서 도큐토요코센을 타면 가쿠게다이가쿠(學藝大學)에서 내려 상점가를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현지에 사는 사람들처럼 상점가를 구경하며 과일도 사고 간단한 장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또 햇살이 좋은 오후에는 호텔에서 역까지 이어져 있는 다양한 인테리어 숍을 구경하며 걸어볼 만도 하다.
3층의 이벤트 룸 6층의 로비
크라스카 2층에서는 결혼식이나 패션쇼도 열린다. 내가 도착한 날에는 마침 이세이미야케 수석디자이너였고 현재 자신의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 스나오 구와하라 씨의 2010년 S/S 컬렉션이 열렸다. 난 운 좋게도 오랜만에 그와 만나 인사도 하고 패션쇼도 참관했다. 처음 크라스카에 왔을 때는 메구로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작은 디자인 호텔이라 생각했는데 몇일 지내면서 나는 이 호텔이 다양한 문화 코드에 맞추어 움직이는 작지만 매력있는 호텔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8층에서 열리고 있는 디자인 전시 중 일부. 창문에 크라스카 호텔로부터 떨어진 도 쿄 여러 곳의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창문까지 활용한 센스... 그것도 호텔 주변의 풍경에 어울리게 그래픽적 요소를 고려했다.
www.clask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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